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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드라마의 시대, 새로운 장르 '숏폼 드라마'

by ruby0610 2025. 5. 16.

숏폼 드라마,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다

최근 몇 년 사이, 영상 콘텐츠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숏폼’입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 세로형 1~3분 영상이 대세가 되면서, 드라마도 이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예능 클립이나 편집 콘텐츠 위주였던 숏폼 플랫폼에서 이제는 본격적인 서사와 캐릭터를 가진 '숏폼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숏폼 드라마는 보통 한 회당 1분~10분 내외로 구성되며, 대부분 에피소드형 스토리를 기반으로 빠르게 갈등을 제시하고 해결합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플레이리스트(《연애플레이리스트》, 《한입만》 등), 딩고스토리(《오피스워치》, 《이 구역의 미친 X》), 네이버 NOW. 드라마, 카카오페이지 숏폼 드라마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틱톡 오리지널 드라마나 유튜브 쇼츠 기반의 미니 시리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부캐를 아세요?》, 《마지막 만남》 등은 1분 이내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지만, 회차가 누적되면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이처럼 숏폼 드라마는 ‘짧지만 완성된 이야기’를 선호하는 Z세대와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숏폼 드라마는 이제 단순한 실험을 넘어서 기획부터 숏폼을 전제로 한 정식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설명하고, 감정을 전달하며, 후킹 포인트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보다 더 압축적이고 세련된 연출과 대사가 요구됩니다.

이제 숏폼 드라마는 단지 ‘짧은 콘텐츠’가 아니라, 새로운 소비 방식을 반영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플랫폼도, 제작 방식도, 소비자도 달라진 시대에 드라마 역시 그 흐름에 맞춰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10분이면 충분해! Z세대가 몰입하는 서사의 조건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이들은 길고 복잡한 전개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이야기에 더 큰 흥미를 느낍니다. 드라마 역시 이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춰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5~10분 내외의 숏폼 드라마는 Z세대의 시청 습관과 매우 잘 맞아떨어집니다.

Z세대가 몰입하는 서사의 핵심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작부터 확 끌어당기는 후킹 포인트입니다. 1화 시작 10초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입만》은 삼각관계를 요리와 엮어 독특하게 시작했고,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전 애인과의 민망한 재회 장면으로 바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둘째, 갈등과 감정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서사 구조입니다. 기존 드라마는 인물 소개, 배경 설명, 서서히 고조되는 갈등 구조였다면, 숏폼에서는 캐릭터 성격과 문제 상황이 초반에 모두 제시됩니다. “왜 싸우는지”, “왜 고민하는지”를 설명 없이 감정으로 바로 보여주는 연출이 중요합니다.

셋째,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감정 코드입니다. Z세대는 콘텐츠를 보고 느낀 감정을 SNS에서 공유하는데, 이때 “찢었다”, “내 얘기야”, “현실적” 같은 한 마디 감정 표현이 가능해야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러기 위해선 캐릭터와 상황이 단순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설정돼야 합니다.

또한, 수직형 화면과 자막 중심 연출, 인스타그램 DM이나 채팅창 형식의 내러티브 등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시각적 구성이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는 이제 ‘앉아서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지하철, 침대 위, 점심시간 등 어디서든 10분 내외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Z세대가 몰입하는 서사는 단순히 짧기만 한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몰입, 감정 코드, 모바일 친화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숏폼 드라마는 그 구조적 특성 덕분에 Z세대와 놀라운 궁합을 보이며, 새로운 시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드라마의 제작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숏폼 콘텐츠의 핵심 플랫폼은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시청자들은 이제 TV나 PC가 아닌, 손바닥 위 작은 화면에서 드라마를 소비합니다. 그렇기에 숏폼 드라마는 단순히 ‘짧은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뜻합니다. 이는 기존 TV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제작 전략과 연출 방식을 요구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화면 구성입니다. 대부분의 숏폼 드라마는 세로형 화면(9:16 비율)으로 제작되며, 1인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중간 클로즈업, 얼굴 중심 구도, 감정 포착 중심의 컷 분할이 적극 활용됩니다. 감정 연기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구조로, ‘배경보다는 표정’이 중심이 되는 셈입니다.

또한 자막의 활용도 필수입니다. 자막은 단순 대사 전달이 아니라 감정 보조 장치로 사용되며, 말풍선 형태, 이모지, 채팅창 스타일 등 다양한 시각 효과가 동원됩니다. 이는 음소거 상태에서도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특히 틱톡이나 인스타 릴스 기반 콘텐츠에서는 자막이 대사를 압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촬영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있습니다. 숏폼 드라마는 보통 단일 장소 또는 최소한의 세트를 활용해 제작되며, 촬영 시간은 짧고 회전율은 빠릅니다. 한 회에 1-2분 분량을 기준으로 하루 안에 5-10편을 찍기도 합니다. 대사량도 적고, 장면 전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감정 연출과 리듬감 있는 편집이 관건입니다.

제작비도 기존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완성도를 포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협찬, PPL, 웹툰 IP 활용, 유튜브 수익 등 다양한 수익 구조가 적용되며, 숏폼 전용 드라마 제작사들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연출과 제작 방식이 스마트폰 시청자 한 명만을 위한 최적화라는 점입니다. 숏폼 드라마는 TV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가 아닙니다. 지하철에서, 침대에서, 점심시간 중간에 잠깐 보는 사람의 집중력을 어떻게 잡을지를 고민한, 극도로 개인화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