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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졸업> - 2024 최고의 로맨스!

by ruby0610 2025. 5. 14.

2024년 최고의 로맨스 - <졸업>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24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14년 차 국어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그녀의 제자였던 이준호(위하준 분)의 재회를 그린 감성 로맨스입니다. 사제 관계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인물이 다시 ‘성인’이 되어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게 되면서, 과거와 현재, 금기와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서혜진은 대치동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강사입니다. 냉철하고 효율적인 성격의 그녀는 한때의 이상과 감정을 접고 현실에 최적화된 인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반면 이준호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 혜진의 가르침을 받으며 동경과 애정을 품게 된 인물로, 성인이 된 후 다시 학원가에 돌아와 혜진의 앞에 나타납니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닌,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서 그녀를 마주합니다.

드라마는 대치동이라는 치열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관계의 변화’를 감정적으로 풀어냅니다. 교사와 학생이었던 과거, 강사와 강사로 경쟁하는 현재, 그리고 어쩌면 연인이 될 수도 있는 미래 사이에서 두 인물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이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스스로에 대한 불안, 감정과 이성 사이의 줄타기를 섬세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감정의 성장 서사’로 완성됩니다.

 

1. 대치동 학원가의 리얼한 풍경과 교육 현실

〈졸업〉은 흔히 로맨스 드라마에서 배경으로만 소비되기 쉬운 ‘학원’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경쟁과 감정을 움직이는 핵심 배경으로 삼습니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한국 사교육의 최전선이라는 상징성을 갖춘 공간은 이 드라마에서 현실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드라마는 서혜진을 중심으로 한 스타 강사들의 현실적인 일상을 그려냅니다. 인기 강사의 시간표 쟁탈전, 학부모들의 입시 압박, 수강생 수를 둘러싼 경쟁 구도 등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민감한 이슈들을 과감하게 드러냅니다. 학원 내부의 생존 경쟁은 단순히 수업을 잘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화된 커리큘럼, 수강생 유지율, 소문 관리 등 현실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준호가 새 강사로 등장해 혜진의 자리를 위협하는 장면은, 단순한 인물 간 갈등을 넘어 구조적인 사교육 시스템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입니다. 능력이 있어도 시장의 구조가 변하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는 현실, 평가 기준이 ‘점수와 수강생 수’로 환산되는 상황은 드라마적 과장을 넘어, 실제 대치동 강사들이 겪는 압박을 대변합니다.

이처럼 〈졸업〉은 사랑 이야기의 배경으로만 학원을 활용하지 않고, 교육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냅니다. 그 덕분에 이 드라마는 감정적인 몰입과 동시에 사회적 현실에 대한 성찰을 함께 제공하는 드문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2. 사제관계에서 로맨스로: 금기의 경계, 어떻게 그려졌나

〈졸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제 관계’라는 과거의 틀 안에서 시작된 감정이,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입니다. 흔히 금기로 여겨지는 주제임에도,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방향보다는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설득력 있게 이 관계를 재해석했습니다.

혜진과 준호는 과거에는 ‘교사와 제자’였고, 현재는 ‘같은 직업을 가진 어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적으로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이들 사이에는 분명히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이 있습니다. 특히 혜진은 여전히 준호를 ‘그때 그 아이’로 보는 시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준호는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그 시절의 감정을 품은 채 혜진을 대합니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원 동료와 수강생, 학부모들의 시선도 이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서혜진은 자신의 커리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과, 감정의 동요 사이에서 복잡한 갈등을 겪습니다. 준호는 오히려 감정에 충실하지만, 상대에게 그 감정을 강요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졸업〉은 이 금기와도 같은 관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감정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과거의 관계가 현재의 감정을 정당화하지 않으며, 현재의 선택은 과거의 감정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을 통해, 드라마는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데 성공합니다.

 

3. 안판석 감독표 감정 연출의 힘: 일상의 감정선을 어떻게 끌어올렸나

감독 안판석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되, 뼛속까지 스며들게 만든다’는 특유의 연출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졸업〉에서도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인물들의 감정선을 조심스럽게 끌어올리며,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들의 내면을 ‘이해’하게 만드는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안판석 감독은 ‘대사 없는 순간’을 적극 활용합니다. 서혜진이 무표정으로 교재를 정리하는 장면, 이준호가 학원 복도를 조용히 걸어가는 장면, 그 사이의 공기와 시선 교차 속에서 시청자는 두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게 됩니다. 이는 감정을 외쳐 설명하지 않아도, 화면을 통해 오히려 더 강하게 전달되는 감정의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과 공간, 음악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킵니다. 대치동의 화려한 간판들, 각기 다른 학원 강의실의 풍경,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전등 등은 인물의 고단함과 무게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OST 역시 감정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닌, 등장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배경 요소로 작용하며 분위기를 정제시켜 줍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보다, 말없이 눈물이 고이거나 눈을 피하는 장면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 연출 방식 덕분입니다. 안판석 감독은 감정을 세밀하게 조율하며 시청자 스스로 인물의 감정에 다가가게 만들고, 그 결과 〈졸업〉은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로 완성되었습니다.

 

4. 〈졸업〉이 말하는 ‘성장’의 의미: 진짜 졸업은 언제일까?

드라마 〈졸업〉의 제목은 단순히 학업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작품이 다루는 ‘졸업’은 어쩌면 과거에서, 관계에서, 감정에서 벗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서혜진과 이준호, 두 사람은 모두 어떤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혜진은 과거의 자신을 ‘잊은 채’ 현재를 버티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녀는 이상보다 생존을 선택했고, 감정보다 실용을 앞세우며 강사로서의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준호의 등장은 그녀로 하여금 ‘감정’이라는 과제를 다시 마주하게 만듭니다. 과거를 외면한 채 살아온 그녀에게, 진정한 졸업은 자신이 회피한 감정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순간에 다가옵니다.

이준호 역시 자신이 품었던 동경과 사랑을 다시 확인받고자 돌아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혜진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 속의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졸업은 어쩌면 감정을 성숙하게 다루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졸업〉은 이처럼 감정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졸업이라는 메타포로 풀어냅니다. 과거를 보내는 것이 끝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섬세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우리는 이들이 진짜로 졸업했는지를 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시청자인 우리 자신에게도 돌아오게 됩니다.